이 기사는 2016년 01월 21일 14:1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0년간 잃어버린 부동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직방의 비전입니다'
O2O 스타트업의 롤모델로 떠오른 직방의 안성우 대표(사진)는 21일 종로구 종로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안 대표는 "직방을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하는 핵심은 '신뢰'"라며 "부동산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은 설립 이후 지난 5년 간 신뢰 있는 정보망 구축에 힘써왔다. 2012년 첫 서비스 론칭 당시, 매물 정보 공개에 배타적이었던 중개사들의 협조를 얻지 못했던 직방은 직접 부동산 매물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1년 반 동안 오롯이 발품을 팔아 약 1만 5000여 개 건물, 즉 20만 세대의 임대정보 구축했다. 이후 직방은 시작부터 '상생'의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허위 매물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직방의 화두였다. 다수의 중개사와 사용자가 유입되면서 기존의 단순 매물 검수 시스템으로는 이를 단속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고민을 이어가던 직방은 이용자가 통화 후 중개사를 방문했는데 상담했던 방이 이미 나가고 없다거나 허위매물일 경우 보상해주는 '헛걸음보상제'와 이용자가 직방 앱에서 확인한 매물정보 페이지에 나와있는 전화번호를 눌러 전화 상담을 마친 뒤 이에 대한 설문에 응답하는 '클린피드백(현재 안심피드백)'제도 등을 도입했다.
안심매물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점차 고도화됐다. 직방은 그간 각각 운영했던 헛걸음보상제와 클린피드백(향후 '안심피드백'으로 이름 변경) 등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운영하는 '안심직방시스템'을 선보였다.
안심직방시스템은 △안심녹취서비스(가상 안심번호 사용) △매물광고실명제 △직방 안심중개사 5계명 준수 등의 요건에 동의하는 중개사를 '안심중개사'로 명명, 매물 정보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의 정책이다. 안심중개사의 매물 정보를 우선 노출시켜 '정확한' 정보를 통한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안성우 대표는 "그간 서비스하면서 매물 검수와 더불어 중개사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고질적인 부동산 정보 서비스의 불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심직방시스템 운영 정착을 위해선 결국 이용자(손님)의 피드백을 더 촘촘히 받아 이를 계속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직방 이용자로부터 받고 있는 안심피드백을 보면 작년 10월 '진성매물 비율(안심지수)'이 82.6%였는데 1월 현재는 88.2%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이를 올해 95%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직방의 지난 4년간의 성과는 '집을 구하는 공식'을 바꿨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실제 지난 2014년 12월, 2015년 3월과 8월 3차례에 걸쳐 직방이 리서치 업체에 의뢰해 Capital Markets) 미디어 조사한 결과, 2014년 12월 집을 구하는 방법을 묻는 항목에서 '부동산을 직접 방문한다'고 답변한 비율(58.8%)에 비해 '부동산 정보서비스 앱을 먼저 찾아본다'는 비율은 3.4%로 미미했다. 그러나 2015년 8월에는 앱을 먼저 본다는 비율이 21.6%로 7배 많아졌고, 올 1월 기준 50%로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직방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계속해 회원 공인중개사와 협력,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향후 지속적으로 부동산 정보서비스의 '신뢰 마케팅'에 힘을 쏟아 이용자 편익과 중개 서비스 시장에 대한 인식을 동시에 개선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최근 '안심중개'를 키워드로 TV광고를 시작했다"며 "직방의 인지도를 높이기 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인식을 변화를 도축하기 위한 공익성의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반, 나아가 시장 전체에서 부동산 정보에 대한 '신뢰'가 확립되는 것이 곧 직방의 성장과 맞닿아있다는 의미다.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현재 직방의 서비스에 집중하며 앞으로 새로운 (부동산 관련) 사업 분야를 벤치마킹해 성장을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직방은 2015년 한해 동안 직방을 통해 거래된 중개 보수액이 184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거래건수는 36만7995건, 거래액(전세환산가)은 약 23조 원.
이에 직방은 올해 중개보수액이 5140억원으로 약 3배 성장할 것이라고 추산하며, 거래건수와 거래액은 각각 102만 8022건, 64조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의왕시가 관내 부동산 중개업자에 대한 명찰착용제를 실시하고 있어 주민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의왕시가 지난 2월부터 관내 부동산 중개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명찰착용제는 무허가 중개업자들의 불법중개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중개업자 본인의 사진이 부착된 명찰을 착용하고 근무토록 하는 제도.
현재로는 시행초기로 강압적인 행정명령 보다는 자율적 참여를 권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개업자와 중개를 의뢰를 하는 시민들간에는 신뢰를 주고 받을수 있어 이제도가 점차 정착되고 있다.
의왕시는 처음 이제도를 실시하기 위해 관내 등록 중개업자에게 명찰을 제작 지난 1월말까지 배부 명찰을 착용하고 근무토록 해 최근 시민들에게 높은 신뢰감을 주고 있는 효과를 얻고 있는 것.
지난 3월초 오전동으로 이사온 김모씨는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얼굴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보고 안심해 의뢰를 했고 중개사들로 명찰을 달고 있어서 인지 더욱 친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같이 명찰 부착으로 인한 중개업자와 시민들간의 상호 신뢰감이 높아지자 최근에는 관내 공인중개사들 뿐아니라 중개인은 물론 중개보조원들도 명찰을 신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지난달에 발급받지 못했던 무등록 중개보조원들도 14명이나 별도로 신청을 하는등 관내 중개업자들의 명찰 신청이 하루 10여건씩 줄을 잇고 있다.
의왕시청 박종훈 민원지적과장은 “최근 명찰을 부착하는 중개업소들이 늘어나면서 무등록 중개업자들로 등록을 하고 명찰을 받아서 중개업을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권익보호와 신뢰회복에도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건전하고 투명한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택트 부동산]미국 '억소리' 나는 중개수수료, 이유 있다
미국‧일본 등 전문성 갖춘 기업형 중개법인 형태
부동산컨설팅부터 금융 세금 법무 광범위한 원스톱 서비스
중개사 역량‧배상책임 등도 국내와 달라
서울 최고요율 0.9% 적용 1233만원(매도‧매수인 각자 부담)
미국 최대요율 6% 적용 8220만원(보통 매도인이 부담)
일본 최대요율 5% 적용 6850만원(매도‧매수인 합의해 부담)
"중개수수료 너무 비싸요. 좀 깎아주세요"
"어이구, 외국은 더 비싸요. 우리는 싼거에요. 그런말 마세요."
불과 몇년전, 중개수수료를 깎아달라고 하자 들려온 공인중개사의 답변에 더는 아무말도 꺼내지 못했던 적이 있다. 최근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일자 Capital Markets) 미디어 정부도 관련 요율체계 개선을 시사했다.
그러자 이에 반발하는 중개업계는 어김없이 해외보다 요율이 낮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중개보수는 싸게 느껴질 정도다. 13억원 아파트를 거래하는데 미국에선 '억소리'가 날 정도다.
이같은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서비스 질의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은 물론이고 세금, 법무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책임의 범위도 그만큼 넓다. 가격과 만족도 면에서 차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국내와 해외 수수료를 단순비교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 원스톱 서비스, 비싼 이유가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Capital Markets) 미디어 미국의 부동산 중개보수 요율은 3.5~6%, 캐나다와 영국은 각각 3~7%, 2~3.5% 선에서 정해지고 매도인이 부담한다. 프랑스는 3~10%, 독일과 일본도 각 3~6%, 3%이며 이들 국가는 매도인과 매수인 쌍방이 협의해 부담한다. 대부분 국내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
미국의 경우 부동산 중개는 전속계약 형태로 이뤄진다. 부동산 컨설팅 자료 제공부터 금융과 임대차, 세금과 법무 등을 모두 중개회사에서 처리한다. 매물 하자 역시 중개업체가 책임지고 해결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개 거래를 유도하고 등기 확인과 계약서 작성 등을 돕는데 그친다. 거래 사고 발생 시 배상액도 중개업소 당 1억원(법인 2억원) 한도로 제한적이고 사실상 매물 하자에 대한 책임도 갖지 않는다.
실제 올초 매입한 주택으로 이사한 직장인 A씨는 "이사 후 3일 만에 아랫집에서 물이 샌다는 연락을 받고, 거래를 담당했던 공인중개사에게 연락해 거래 전 아파트에 문제가 있었는지 물었지만 확인은커녕 별다른 조치나 이전 집주인과의 문제 해결에도 소극적이었다"며 "결국 이사 하자마자 누수로 인해 발생한 비용을 모두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국내 중개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단적인 사례다.
미국을 비롯한 북미와 영국 등에서는 거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에스크로'(escrow) 제도가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에스크로는 중립적인 제3자나 기관이 쌍방 대리인 자격으로 부동산 매매에 관련된 보증금이나 보증 등에 대항하는 재산과 서류 일체를 계약 조건이 종료될 때까지 보관하는 것이다.
매도인과 매수인을 모두 보호하고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금융업자와 변호사, 부동산 중개인과 이해당사자간의 이해관계 등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제3자 입장에서 공정하게 실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지만 안정적이면서도 신속‧정확한 부동산 중개거래를 보장한다는 장점이 더 크다.
원스톱으로 중개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은 소규모 사업자 중심(동네 공인중개사사무소)인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의 중개 업체는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분업해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오히려 거래 건 수 당 소요되는 비용은 우리보다 적다는 분석도 있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최종 중개보수는 우리나라보다 많지만 이같은 서비스를 고려하면 단순비교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상영 명지대 미래융합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외국의 중개보수 요율이 높은 것은 중개보수 외에도 법률 서비스와 등기보호, 에스크로와 매물 하자보호 등 모든 서비스에 각각 수수료가 붙기 때문"이라며 "이에 비하면 우리는 상당히 쉽게 부동산 거래를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까다로운 중개사 자격 요건에 전문성 'UP'
기업형 중개법인 내 다수의 전문가들이 모여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중개사들의 역량 면에서도 차이가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중개사들은 개업공인중개사 자격증 이외에도 주거‧공업‧상업용 등 전문 중개사 자격증을 다시 취득해 전문성을 갖추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는 개업공인중개사로 영업을 하려면 법학사나 경제학사, 대학입학자격, 일정 직업에서의 일정한 경험 중 하나가 요구된다. 독일은 중개사가 고객의 신뢰 확보를 위해 개업공인중개사연맹 회원이어야 하는데 연맹에 가입하려면 전문지식에 관한 시험을 통해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
일본도 부동산유통 전문가로서 거래의사결정을 돕는 정보제공과 이해 촉진, 조사 등 중개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중개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배상책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개서비스에 대한 신뢰도와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최수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개업 종사자 교육 강화를 위해 세부추진 방안을 수립하고 거래 안정성 강화를 위해선 에스크로나 권원보험(등기보호) 등의 제도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분열된 사회에서 신뢰의 미래를 고민하며
레이첼 보츠먼의 『신뢰 이동』을 읽고 이 글을 쓰는 시점은 한국의 20대 대선이 끝난 직후다. 복합적인 요인이 합쳐진 결과지만, 거대 양당 후보에 대한 Capital Markets) 미디어 Capital Markets) 미디어 진영 결집이 일어나 48.56% 대 47.83%라는 역대 최소 차이의 득표로 당락이 갈렸다. 대립과 갈등, 분열과 대결을 극복할 대통합의 리더십에 대한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그렇게 하겠노라는 약속이 공허하게 들렸다. 선거전을 치를 때 서로 편을 가르고 네거티브에 주력하던 모습들에서 환골탈태해 열성 지지자와 자신의 심복까지 버리는 대단한 용기와 결단을 보여도 통합이 힘들 것 같은 현실 때문이다. 어쩌면 나 스스로 제도권 정치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한국인은 다른 누굴 잘 믿지 않는 편이다. 세계가치관 조사(2017-2018)에서 “대부분의 사람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의 비율은 33%로 3분의 1 정도였다. 1980년대 초반 38%이던 비율이 2000년대 들어 27%까지 떨어졌다가 그나마 근간에 회복한 것이다. 나머지 3분의 2는 타인을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의 타인 신뢰 비율이 70%대, 중국도 60%대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고, 세계 전체적으로도 한국은 신뢰 중진국에 속한다. 다른 국내 조사에서 코로나 19 상황을 거치며 대인 신뢰 비율이 낮아졌다는 결과를 보면, 최근에 우리 사회의 신뢰가 개선됐을 것 같지는 않다.
정치인의 말은 더욱 믿지 않는다. 여의도에서 쌓은 경륜이 국민의 신뢰도와 비례하지 않고 구태와 청산의 표식이 되기도 한다. 정부 기관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국회가 늘 가장 낮았다. 그러다 보니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0선 30대 정치인이 당 대표자로 선출되고, 0선 8개월 정치신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비단 한국에서만 벌어진 일은 아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의 마크롱,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처럼 젊은 정치 신예가 이끄는 신생 정당이 정권을 잡는 일이 드물지 않게 발생해 왔다.
『신뢰 이동』에서 보츠먼은 세상 사람들의 신뢰가 역사적으로 세 단계로 이동해왔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는 ‘지역적 신뢰’로서 모두가 서로를 아는 지역 공동체에서 사람들이 갖던 신뢰였다. 신뢰 대상으로 같은 마을 사람과 이방인이 구분되는 시대의 신뢰였다. 두 번째는 ‘제도적 신뢰’로서 조직화된 산업사회에서 신뢰가 계약, 법정, 상표 등으로 형태로 작동하는 일종의 제도적 중개인에 의한 신뢰다. 공공기관이나 제도권 언론에 대한 신뢰도 여기에 속한다. 세 번째는 ‘분산적 신뢰’로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사회연결망서비스(SNS)의 확산으로 거래 및 중개 방식이 플랫폼으로 전환되고 1인 미디어 시대로 미디어 환경이 바뀌면서 등장한 분권화된 신뢰다. 이 분산적 신뢰는 기존의 제도적 신뢰의 대상이었던 금융기관, 정부, 언론 등에 대한 신뢰가 각종 스캔들이나 투명해진 사회 감시망으로 추락한 후에 부상하고 있다. 이제 공중파 TV 뉴스보다 SNS에서 지인들이 전해주는 뉴스나 유튜브 콘텐츠를 더 많이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보츠먼이 단서를 달았듯이, 신뢰의 지배적인 양식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이전 양식이 완전히 대체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신뢰의 미래를 고민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할 때도 여전히 지역적 신뢰, 제도적 신뢰의 역할을 분산적 신뢰와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압축 성장과 불균형 발전, 전쟁, 정변, 민주화, 외환위기 등 사회 급변의 역사를 가진 만큼 세대별로 신뢰의 대상과 경험이 매우 다르고, 지역 간의 차이도 있다.
먼저 지역적 신뢰는 직접적인 상호작용과 교환에 의해 형성되는 공동체의 사회자본인데, 한국 사회에서도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농촌 마을 사람들과의 협업 가치를 감소시킨 산업화와 도시화, 지역 기반의 친족 집단 해체와 핵가족화, 반상회 등 이웃과의 (반강제적) 교류 기회 소멸, 아파트 선호 일변도의 주거 양식 고착 등이 요인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지역적 신뢰의 쇠락 정도가 한국 사회에 심하다는 점이다.
당신은 사생활이 엄격히 보장되지만, 이웃과의 소통과 교류는 힘든 폐쇄적인 주택지구 A와 이웃과의 소통과 교류가 쉬운 개방적인 환경이지만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는 주택지구 B 중 어느 곳에 살고 싶은가? 내가 2017년에 한국, 중국, 일본, 미국 4개국 대학생 각 1,000명 총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 에 의하면, 주택지구 B를 선택한 비율은 미국 대학생은 46.9%인 데 비해 한국 대학생은 26.6%에 그쳤다.
지역적 신뢰의 기초가 되는 이웃과의 교류를 위한 첫걸음인 인사에 대한 의향은 어땠을까? 자신이 거주하는 고층 아파트 승강기를 탔는데 어떤 사람이 혼자 타고 있었고 그가 평소 친분은 없는 같은 아파트 거주민일 때 먼저 인사를 하겠는가? 이 질문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 비율은 한국 대학생이 47.5%로 가장 높았다. 5점 척도 의향으로도 한국 2.73, 일본 3.16, 중국 3.28, 미국 3.57로 나타났다.
지역적 신뢰의 회복은 이제 물 건너간 것일까? 갑자기 어렵거나 힘든 상황이 생겼을 때 교류가 없었던 이웃에게 작은 도움도 청할 수 없는 현실은 공간적 각자도생과 고독사를 낳는다. 중장년층 중심으로 지역별 문화센터나 체육 동호회 등을 통해 지역 기반의 사회적 교류를 일부 이어가고 있지만, 상대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 국한된다. 아플 때 도와주고, 돈이 필요할 때 빌려주고, 힘들 때 얘기 상대가 돼 줄 존재를 가진 비율도 소득과 학력에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 연결망 같은 사회 자본의 보유가 경제 자본 및 인적 자본과 동조화돼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역 기반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종교단체는 지역적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국 대학생들은 경제적 이해관계나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보다 종교나 종교에 대한 태도가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타협할 의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 지도자가 통합적, 포용적, 화해적, 탈진영적 태도를 적극적으로 견지하고 이를 사목에 실천하지 않으면, 종교 기반의 지역적 신뢰 증진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음으로 제도적 신뢰를 망가뜨려온 요인들도 많다. 기존 제도 내에서 상층부를 점하던 엘리트들의 치부와 위선이 드러날 때, 공적 신뢰의 마지막 보루 같았던 사법부마저 중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했을 때,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취했을 때, 제도권 언론이 조회 수 경쟁을 벌이며 자극적 선동 기사와 빈껍데기 속보나 오보를 남발할 때, 제도권 이익단체들이 공익을 표방하며 기득권 수호나 강화를 위한 집단행동을 벌일 때 제도적 신뢰는 흔들린다.
앞으로 제도적 신뢰의 제고를 기대할 수 있을까? 어렵겠지만, 사회계약에 바탕을 둔 제도와 시간의 검증을 거친 시스템의 골격을 유지하는 한 노력해야 할 일이다. 보츠먼의 표현대로 제도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거둬들이면 근거 없는 주장과 음모, 편견, 속임수가 난무하는 ‘신뢰 진공’이 생길 수 있다. 조직 이론에 의하면 조직 문화를 바꾸는 유력하고 유일한 길은 조직구성원들을 바꾸는 것이다. 탈권위화와 분권화가 대세를 이루어 특권과 지대를 노리는 사람들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전문성과 공공심에 기반한 인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기관의 정보 공시가 늘어나고 모니터링이 용이해지면서 제도권 종사자와 중개인의 행동이 투명성의 압력으로 자정되는 것도 제도적 신뢰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제도의 타락에 대한 대중적 의심과 함께 확산되고 있는 분산적 신뢰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민주화와 투명화가 각 영역에서 진전됐음에도 공중파 제도권 미디어의 국민적 영향력은 5공 시절 이른바 ‘땡전뉴스’(9시 시보와 함께 대통령의 홍보 동향부터 보도)보다 현격히 줄었다. 뉴스 시장에는 저비용으로 제작되는 정치평론 프로그램을 큰 자막과 큰 음량으로 하루에도 수차례 송출하는 채널들이 가세했다. 근간에는 가짜뉴스를 포함해 음해와 선동을 일삼는 유투버들이 자동재생 추천 알고리즘을 타고 사람들의 편견과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청년들의 인식에서도 특정 집단에 속한 사람들끼리 내부적 결속이 강한 반면 다른 집단에 대해서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결속형 사회’로 여겨지고 있다. 4개국 대학생 조사에서 결속형 사회와 ‘연계형 사회’(내부적 결속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다른 집단에 대해서도 개방적이고 연결된 사회)의 스펙트럼(0에 가까울수록 결속형, 10에 가까울수록 연계형)에서 자국 사회의 위치를 물어보니 한국은 3.61로 4점대의 일본, 5점대의 미국, 중국에 비해 “우리가 Capital Markets) 미디어 남이가?”식의 결속형에 가깝게 인식됐다.
여기에 분산적 신뢰의 확산 도구인 SNS와 개인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이 가세하면 세상은 더욱 분열되고, 분열된 집단 내에서 결집이 강화될 수 있다. 실제로 에서 생계의 개인 책임을 중시하는 입장(보수)과 정부 역할을 지지하는 입장(진보)에 대한 스펙트럼에 있어 2010년에 비해 2017년에는 우리나라의 전체 연령층에서 보수화 경향이 Capital Markets) 미디어 발견되면서, 중도적 견해가 감소하고 보수와 진보 양쪽의 의견이 늘어난 진영 결집이 발생했다. 미국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정치적 견해 스펙트럼이 2010년대 들어와 계속 멀어져 중간 영역의 겹침이 줄어들고 쌍봉형으로 진영 결집이 일어난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보츠먼은 분산적 신뢰가 갖는 가능성과 위험을 균형 있게 다루고 있다. 플랫폼 기술과 평점 시스템으로 생면부지의 타인들이 쌍방향으로 약속을 지키고 친절하게 행동하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 신뢰의 도약에 분명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이 산업과 금융에서 탈 중심화를 가속화하면서 제도적 신뢰 시스템의 각종 중개인 직업군을 대체해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분산적 신뢰의 도구와 그 재료인 각종 개인정보가 국가나 거대 플랫폼 기업에게 견제 없이 집중될 경우, 새로운 방식의 중앙집권과 기술적으로 세련되고 완벽해진 감시통제 체제가 등장할 위험도 있다.
그런데 작금의 분열된 우리 사회를 보고 있어서인지, 인간성과 윤리와 견제가 결여된 미래의 기술 디스토피아에 대한 보츠먼의 우려보다 저자의 마지막 당부가 크게 들어온다. 결론의 마지막 단락에 담긴 내용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을 자동으로 누르고 옆으로 넘기고 공유하고 수용하기 전에 잠시 차분히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판단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다. 이 사람이나 정보나 대상이 신뢰할 만한가? 이들이 무엇을 하거나 전달할 거라고 신뢰하는가? 이런 과정을 거치는 사이, 나는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나만의 소박한 방식으로 책임지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키 하나만 누르면 누구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사회의 가장 소중하고 연약한 자산인 신뢰를 지키는 데 일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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