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은 한국 산업계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기업금융부문과 구조조정본부로 대변되는 산은의 기업금융 시스템은 경제 상황과 기업 여건 등 변화에 맞춰 모습을 달리해 왔다. 최근 몇 년 산은은 기업 구조조정이란 숙제를 푸는데 진땀을 빼고 있다. 성공한 구조조정도 있었지만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한 기업들도 많다. 더벨은 산은 기업구조조정 시스템을 살펴보고 현재 남아 있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을 집중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5일 15:2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은 산업계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 전략을 펼치며 국내 기간산업 및 주력 산업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산은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근간은 기업금융과 구조조정 전략이었다. 이 두 요소는 기업의 성장과 발전, 생존과 회생 등과 직결된 문제다.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대내외 변수와 리스크에 맞서 산은은 산업계 전반의 합리화와 효율화,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 전략을 수립해 집행했다. 전체적인 판을 읽고 Capital Markets) 미디어 큰 그림을 그리며 기업과 산업계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산은의 산업계에 대한 전략과 비전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미세하게 수정·보완돼 왔다. 시장 환경이 변하고 기업의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기업금융 지원 및 구조조정 원칙 등이 미세조정됐다. 통상 정권 교체기 새 인물로 산은 회장이 교체되면 그 회장의 입을 통해 산업계 전반에 대한 전략이 소개되곤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취임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사진) 체제에선 이러한 전략 및 비전이 잘 읽히지 않는다. 취임 네달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이렇다할 대내외 메시지를 내고 있지 않다. 본점의 부산 이전 이슈에 매몰돼 산은의 핵심 기능에 대한 전략이 부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현안 쌓이고 상황 바꼈지만…출구전략 안갯속
강 회장 체제의 산은은 기업 구조조정 측면에서 명확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시장과 산업계에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주요 현안에 대한 뚜렷한 정책적 입장 및 전략의 선명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HMM과 아시아나항공, 대우조선해양 등이다. 이 세 기업은 현재 산은이 주도하는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이다. 특히 HMM으로 대표되는 해운산업과 아시아나항공으로 대표되는 항공산업, 대우조선해양으로 대표되는 조선산업이 갖는 상징성이 크다. 산업 선진화 전략과 맞물려 해당 기업의 출구 전략이 중요한 상황이다.
HMM의 경우 민영화 이슈가 불거졌지만 이렇다할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강 회장은 여전히 민영화 등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2대 주주인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그 주무 부처인 해수부 등에서 지분 매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만들고 있다. 산은은 시장에 메시지를 주지 않는데, 오히려 정부 부처와 예하 기관에서 시장에 개입해 HMM 국유화 이슈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도 표류하고 있다. HMM 지원은 2017년 발표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이다. 이 계획은 결과적으로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해운 경기가 살아나면서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전략이 부재한 모습이다. 그동안 산은 등에서 투입한 자금의 회수와 향후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속 성장 등에 대한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은 더 퇴로가 없다.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심사사 불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는 가운데 산은이 오히려 소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구조조정이 매듭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 환경이 크게 변화한 만큼 새로운 전략을 수립이 필요하다.
산은 내부에선 과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결정한 또 다른 이유로 대한항공을 꼽는다. 대한항공도 부실이 짙게 깔려 있었던 만큼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에 각각 자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둘을 통합해 일괄 관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당시 항공 업황도 좋지 않았던 만큼 통합론에 힘이 실렸다.
코로나19로 상황이 크게 변했다. FSC 중심으로 화물수송이 증가하고 수송단가도 개선되면서 호황기를 맞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코로나19로 부분적인 인력 등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경영 효율성도 높아졌다. 현금흐름이 좋아지고 잉여금이 늘어나면서 부채 등 관리도 잘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과 기업결합이 현 시점에선 불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히려 항공산업이 호황기를 맞고 국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증명된 만큼 제3의 원매자를 찾아 새롭게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상황이 크게 변한만큼 산은의 이전 전략이 유효하지 않다는 평가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출구전략을 원점에서 새로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 정권마다 문제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와 출구전략이 마련됐지만 모두 실패했다. 지난 정부에서 시도한 빅딜이 무산된 만큼 이번 정부에서 과거 방식과 다른 측면에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조선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대우조선해양의 미래는 중요하다. 조선산업이 글로벌 1위로 굳건하고 해운경기 상승세로 반사이익을 보고있어 현 시점이 구조조정 적기라는 평가다. 시장 상황에 맞는 정상화 및 민영화 전략이 도출돼야 한다는 기대가 높다.
◇부산 이전 이슈에 묻힌 산은 본원 경쟁력 강화
전략의 부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번 정부와 산은의 기업 구조조정은 큰 틀의 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에서 추구하는 구조조정 원칙과 대상 기업들의 처리방안, 산업계 전체를 관통하는 합리화 및 선진화 이슈 등에서 산은이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월 21일 취임 이후 강 회장은 특별한 대내외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강 회장이 말을 아끼는 것은 산은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가 산은 회장으로 내정되기 이전부터 불거진 산은 본점 부산 이전 이슈로 내부 갈등이 폭발했다. 강 회장은 취임 후 노조와 직원을 아우루는 협의체를 구성해 이 문제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말 개최된 첫 설명회 자리엔 강 회장이 참석하지 못했다.
국회 등 강 회장의 대외 활동에서도 부산 이전 문제만 쟁점화 될 뿐이다. 국회 정무위 등에 참석해 발언하는 과정에서도 구조조정, 기업금융, 투자은행(IB) 등 산은이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업무에 대한 현안 질의 및 응답은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부산 이전 이슈에 매몰돼 강 회장은 산은의 핵심 업무에 대한 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내부 저항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다른 이슈에 대한 발언도 제한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노조가 부산 이전 반대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핵심 이슈가 기업금융 및 구조조정의 기능적 측면의 경쟁력 약화인 만큼 강 회장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부산 이전 후에도 산은의 핵심 사업부문이 기능적으로 건재할 것이란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타당성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조는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이 기업 구조조정과 기업금융, 투자금융 등 산은의 본업 경쟁력을 잃게 하는 악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산은이 시장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핵심 사업부문이 구조조정 등인데 이 같은 사업부문이 부산에 내려갈 경우 경쟁력이 크게 악화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 회장이 기업 구조조정 강화를 주문하거나 기업금융 등 이슈에서 정책적인 면을 부각시킬 수 없었단 분석이 나온다. 산은의 핵심 사업부문에 대한 노조의 주장과 강 회장의 주장이 일치한다면, 결국 강 회장이 본점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노조를 설득하는데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강 회장이 정치적인 이슈에 갇혀 새 정부 기업 구조조정 정책과 비전 등을 발표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물밑에서 이전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며 일부 미세조정하는 차원에서 구조조정 등 핵심 업무가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외환 저항
오승걸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이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 중 '남침', '자유민주주의' 등 표현이 빠진 것과 관련해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권위주의 정부에 저항하는 민주화 운동이 꾸준히 전개되면서 민주주의 발전이 이루어졌음을 파악한다."(2009년)
②"1960년대 이후 자유민주주의 발전과 경제 성장 과정을 이해하고"(2011년)
③"전후 권위주의 체제에 저항하며 자유 민주주의적 기본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민주화 운동"(2015년)
④"5·16 군사 정변 이후 독재 체제를 유지하려는 정권에 맞서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과정"(2018년)
6·25 전쟁 이후 대한민국이 이룩한 것은 자유민주주의일까, 민주주의일까. 이 질문에 대해 고등학교 역사 교육과정이 내린 답은 위와 같이 '정권마다 다르다'였다. 보수와 진보 진영이 번갈아가며 정권을 잡으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현대사 해석을 담으면서 역사 교육과정은 5년보다도 짧은 주기로 주요 내용이 바뀌었다. 오락가락하는 역사 교육으로 교사와 학생이 혼란스러운 것은 물론 공동체 구성원 간의 역사 인식에도 격차가 생겨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학계와 정치권이 모여 역사 교육의 공통분모를 찾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 따라 요동치는 역사 교육과정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의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시안을 공개하면서 편향 논란에 또 불이 붙었다. 이전 정부에서 선정된 연구진이 작성한 시안에서 '자유민주주의', '(6·25)남침' 등의 표현이 빠지면서 '좌편향 역사 알박기'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된 것이다. 그러자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공론화를 토대로 수정, 보완하겠다"며 수정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역사 교육과정의 편향성 논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됐고 이번에 논란이 된 개념도 교육과정마다 일관성 없이 요동쳤다.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건국)으로 볼 것이냐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볼 것이냐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쓰였지만, 박근혜 정부 시기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표현했다.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개정될 때는 다시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회귀했고 올해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유지됐다. 건국 기점을 임시정부 수립(1919년)으로 볼지, 1948년으로 볼지를 둔 '건국절 논쟁'이 교육과정에도 고스란히 재연된 것이다.
'남침' '자유민주주의' 같은 표현도 마찬가지로 정권마다 들어가고 빠지고를 반복했다. 고등학교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선 6·25 전쟁에 대해 '남침'이라는 표현이 함께 쓰이지 않았으나,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선 '북한 정권의 전면적 남침으로 발발한'이 들어갔고 2018년 개정 때도 '남침으로 시작된'이라는 표현이 남아 있다가 이번에 빠졌다.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9 개정 교육과정에는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자유민주주의로 바뀌었다. 이때 바뀐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은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민주주의가 됐다.
2009, 2011, 2015, 2018년 개편된 현대사 교육과정의 주요 내용. 이번에 논란이 된 '자유민주주의', '남침', '대한민국 정부 수립' 등의 표현은 정권이 변하면서 수시로 바뀌었다.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 갈무리
"교육과정 갈아엎어야" vs "설마 북침이라고 가르치겠나"
이에 따라 보수 정권 때는 '우편향', 진보 정권 때는 '좌편향'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교육계나 역사 전문가들의 입장도 관점에 따라 엇갈린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남침 삭제는) 북한하고 중공군을 두둔하는 건데, 반(反)대한민국적"이라며 "(시안을) 버리고 새로 짜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남침 같은 표현은 시안에 없어도 다 쓰는 표현이다. 여태까지 교과서에서 남침이 아니라고 한 교과서가 하나도 없지 않나"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또 교육과정을 정치화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사 교육도 사회 대타협" 독일 '보이텔스바흐 협약' 모델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정을 뜯어고치는 소모적인 논쟁을 반복하지 말고, 현대사 교육의 '공통분모'를 정치권과 전문가들이 나서서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분단국가였던 서독에서 각 정파가 모여 정치교육의 최소조건을 확정한 1976년의 '보이텔스바흐(Beutelsbach) 협약'이 모델로 꼽힌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보이텔스바흐 협약은 정치인이 주도했고, 참여한 연구자도 정치 성향에 따라 정확히 안배됐다"며 "소모적 이념 논쟁을 끝내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없는 원화값 추락…"경제·금융 위기 수준"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한국은행
원화값이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고, 환율 단기 고점은 1400원까지 열어놔야 한다는 평가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1362.6원)보다 8.8원 오른 달러당 1371.4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이날 환율은 1365.0에 개장한 후 1370원을 넘어섰다. 지난 2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363.0원)을 1거래일 만에 다시 돌파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1370원을 넘어선 건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1일(1392.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원화값 약세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기조 강화와 위안화 약세 등에 따라서다.
먼저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26일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이른바 잭슨홀 미팅에서 고통이 따르더라도 미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에 근접할 때까지 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의 고삐를 늦출 것이라는 낙관론이 후퇴하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또 8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 부진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중국 경기가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다롄에 이어 청두시 봉쇄라는 제로 코로나 방역조치도 이어지며 중국 경기 경착륙은 물론 위안화 약세 압력을 높였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아시아 통화도 전반적으로 약한 모습"이라며 "그중에 탑은 원화다. 그 임팩트는 일단 이날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1400원은 당연히 열어야 한다. 이 레벨은 금융위기 이후에 처음 보는 레벨이라 전고점도 없다"라며 "통상 단기적으로 어디서 저항이나 지지를 받을 거냐고 하면 전고점이랑 전저점을 찾는데 금융위기 때도 스쳐 지나갔던 레벨이기 때문에 전고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견고한 저항선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조달 여건은 여전히 양호한 상황이다.
민 연구원은 "환율이 이렇게까지 올라왔는데 조달 여건은 괜찮다. 유동성 차원에서 달러가 많다는 것"이라며 "달러 조달 시장은 좋다. 유동성 넘쳐나고, 달러도 많기 때문에 수급적인 이슈 패닉 등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내다봤다.
답답한 국회, 혼란스런 납세자
부동산 ‘세금전쟁’의 1라운드가 막을 내렸다. 종합부동산세법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전이다. 양쪽이 팽팽한 줄다리기만 하다가 알맹이가 빠진 반쪽짜리 결론밖에 내지 못했다. 무능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 사이에서 납세자만 혼란스럽다.
공제금액 제외한 종부세법 합의
알맹이만 쏙 빠진 반쪽짜리 결론
공동명의 1주택 12만명 대혼란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자. 종부세는 지난 3월 대선에서도 뜨거운 이슈였다. 적어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점에선 여야 정치권이 공감했다. 규제 일변도였던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정책 기조도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종부세로 인한 억울함이 없도록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민주당에선 다주택자의 종부세를 덜어주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지난 5월 말이었다.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으로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주택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투기꾼으로 몰아붙이는 건 실책이었다고 시인한 셈이다. 대선 패배 과정에서 부동산 민심과 조세 저항의 무서움을 체감한 효과였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자 분위기가 다시 달라졌다.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협상파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이번 종부세법 공방전에서 가장 큰 쟁점은 다주택자도 아니고 1주택자였다. 종부세를 매길 때는 과세대상에서 빼주는 금액(공제금액)이 있다. 올해 1주택자의 공제금액을 얼마로 하느냐를 두고 여야가 맞섰다. 현재 1주택자는 11억원, 다주택자는 9억원이다. 공제금액이 많아질수록 세금이 줄어든다. 올해는 한시적으로 1주택자의 공제금액을 14억원으로 올리자고 정부와 여당이 뜻을 모았다.
야당이 ‘부자 감세’라고 반발하자 여당이 한발 물러섰다. 1주택자 공제금액을 14억원이 아니라 12억원까지만 올리자고 절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지난달 31일 여야 지도부의 대화는 양쪽의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종부세 문제에 대해 가급적 협력적 입장을 가지라고 당에 얘기는 했다. 그렇다고 (여당이) 과도한 욕심은 내지 말라”고 말했다. 협상의 문은 열어두겠지만 여당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결국 공제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만 법안에 담아 정기국회 첫날인 1일 간신히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시험에 비유하면 어려운 문제는 손대지 않고 쉬운 문제만 풀어서 답안지를 제출한 셈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결코 좋은 성적을 줄 수는 없다.
공제금액에 대한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서 가장 혼란스러운 쪽은 부부 공동명의로 1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12만 명이 넘는다. 이들이 종부세를 계산할 때 부부가 따로 공제(1인당 6억원)를 받는 게 유리한지, 1가구 1주택자로 공제를 받는 Capital Markets) 미디어 게 유리한지가 여전히 불확실하다. 조세의 예측 가능성이란 관점에서 보면 낙제점이다. 만일 1주택자 공제를 원한다면 이달 말까지 국세청에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존 종부세법(1주택자 11억원)에선 부부가 따로 공제를 받는 쪽이 유리했다. 그런데 여당의 개정안(1주택자 14억원)대로 하면 1주택자 공제를 적용받아야 세금을 Capital Markets) 미디어 더 아낄 수 있다. 만일 여야가 절충안(1주택자 12억원)에 합의한다면 어느 쪽이든 같은 금액을 공제받는다. 납세자를 헛갈리게 하는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장기보유 특별공제(5년 이상 보유)와 고령자 특별공제(60세 이상)까지 고려해야 한다. 부부 공동명의는 장기보유나 고령자 공제를 받을 수 없다. 같은 집을 오래 보유한 고령자 부부라면 공동명의가 불리할 수 있다. 이런 것까지 따지다 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부동산 세금전쟁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종부세 개편안이 '뜨거운 감자'다. 내년부터는 어떤 기준으로 종부세를 매길 것이냐를 두고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고돼 있다. 핵심 쟁점은 다주택자에 대한 차등 세율의 폐지다. 예컨대 20억원짜리 집 한 채를 가진 사람과 10억원짜리 집 두 채를 가진 사람에게 똑같은 세율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공평 과세라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부자 감세라고 반발한다. 야당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종부세법 개정안이 정부 원안대로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질질 시간만 끄는 것이다. 예측 가능한 조세를 고려하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결론을 내야 한다. 여야가 진정으로 민생을 생각한다면 늦기 전에 반드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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